여름 같은 가을 날씨가 한동안 지속되면서 철모르고 덤비는 모기 때문에 벌써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머리맡에서 왱왱거리며 피를 빨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모기들은 어찌나 머리가 좋은지 불을 켜고 잡을라치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 여기저기를 물어댄다.
그 덕에 달콤했던 가을날의 새벽잠은 벌써 몇년째 먼 옛날 기억 속에서만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왱왱대는 모기들만큼이나 짜증스러운 것이 이 정권의 행태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만 믿고 역대 최다의 차이로 표를 몰아준 국민들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현실에 희망을 놓은 채 긴 한숨만 내뱉고 있다.
하지만 딱 부러진 경제살리기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살리기는 고사하고 정권위기까지 불러왔던 촛불집회의 기세가 꺾이자마자 이 정권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응은 가히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이들에 대한 과잉수사라는 무리수를 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유모차를 몰고 나온 아줌마들까지 수사대상에 포함시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엄마들이 오죽했으면 아기를 데리고 시위현장에 나왔겠느냐는 절박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헌법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자유로 보장한 집회·시위에 참가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웃찾사나 개콘에서도 먹힐만한 개그소재로 안성맞춤이다.
유모차에 아기를 데리고 촛불집회에 나온 엄마들은 당연히 비폭력과 평화시위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아기들에게 위험할지 모를 쇠고기를 먹일 수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촛불집회장으로 이끌었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유모차를 이끌고 참여한 엄마들을 무슨 배후가 있거나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집단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면서 눈물도 모자라 콧물이 앞을 가린다.
웃기다 못해 엄숙한 슬픔이 밀려오는 이 상황은 어디서 나온 용기로 만들어진 것인지, 어디서 얻은 아이디어인지 안타깝고 슬프다.
이 상황을 이 정권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야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며 대한민국의 하늘아래에서 같이 호흡하는 사람들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여름이 한참 지났다.
하지만 아침 저녁만 찬바람이 불 뿐 한 낮은 여름을 방불케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회를 노리는 모기나 이미 기세가 꺾인 촛불을 들먹이며 그 때 당한 분풀이라도 하듯 이잡듯 관련자들의 먼지라도 털어내려는 이 정권이나 철모르기는 마찬가지인 듯싶다.
가을은 가을이지만 여름같은 가을날씨는 세상의 분별없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9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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